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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만한 사건이 있던건 아니지만 최근의 상태가 그다지 매우 좋은편은 아니었던것 같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아마도 날씨가 쌀쌀해져서 & 일조량이 부족해서. 충분히 중립적일 수 있는 사건에도 무의식 레벨에서 미묘하게 부정적인 해석 쪽으로 기울려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는걸 자각하고 어마뜨거라 조심하자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게 조심하잔다고 100% 제어되면 이미 인간이 아니고..;; 하여간 다행히 큰 사고는 치지 않는채로 근근이 기본 mp로 지내고 있었는데.
한 한달여전부터 아무개님이 계속 외모&나이관련 언급을 하고계셨다. 처음엔 무슨 부탁을 드릴때 '김태희나 닮았으면 모를까 그얼굴로...몰라 안해줘' 이정도의 농담이었는데, 한두번이면 모를까 얼굴 마주칠때마다 매번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다 점점, 얼굴을 가리고 다니라느니 손도 이렇게 늙은 거 보라느니 하고 표현수위가 높아져갔다. 물론 진담이 아닌거 알고, 어느쪽이냐 하면 어느정도 친분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편한 마음에 심한 농담까지 하시게 되는 그런거 같아서.... 그렇게 생각해서 계속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분도 그정도에서 적당히 그만두시면 좋을텐데 불행히도 그렇질 않아서. 기회가 되면 되는대로 몇번이고, 하루에도 두세번씩 이주가 가고 삼주가 가도 똑같은 패턴의 똑같은 갈굼형 농담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 "싫다는 의사표현을 안하니까 그렇지" 누군가 이런 충고를 할 것도 같은데, 기본적으로 나는 이분을 싫어하지 않고, 웬만하면 얼굴 붉힐 일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신세도 많이 지고 있고. 그러니 아주 세게야 말 안했지만, '이제 그만 하세요' '저 너무 구박하시는거 아니에요' 이런 식의 완곡한 표현이야 나도 백번도 더했다는거. 하여간 그동안은 '이분은 나름대로 편하게 대한다고 하는건데 화술이 그렇게 좋으신 분은 아니니까 할수없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렇게까지 큰 데미지는 없이 받아넘기고 있었는데, 그저께인 목요일에는 약간 한계가 왔다. 여느때처럼 구박하실때 마침 옆에 있던 꼬마군이 약간 민망해하며 "왜요 누나 이쁘잖아요(-_-;;;)"하고 말해주는데, 완전 오버액션으로 펄쩍 뛰면서 "못생겼어~~~"그러시는데. 진짜 그만좀 구박하시라고 대강 웃으면서 나오긴 했는데 기분이 좋진 않았다. 아마 딴때보다 그날따라 갤러리가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하여간. 정색하고 버럭하는건 웃긴다고 생각한다. 그럴만한 일도 아니고. 그러나 그날 오후에 잔업하면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했다. 완곡한 거절은 안 먹히고, 버럭하지 않으면 아마도 제대로 전달되기 요원한 상황. 하지만 마음껏 버럭하는데는 몇가지 제약이 있다. 대상과 나의 관계도 그렇거니와(이사람에게 굳이 버럭 하고 싶지는 않은데/혹은 여기서 화내버리면 이 뒷수습은 어이할꼬 류의), 본인의 체면이 있다. 체면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겨우 이런 문제에 평정을 잃는 것이 부끄럽다-랄까 진짜 간지 안난다..-_-는 마음가짐이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이런것 갖고 뭘그래? 아, 너 외모 컴플렉스 있냐?'이런 반응이 돌아올수도 있다고 가정하면 짜증나서 죽어버리지.. 그런데 내가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넘기고, 그만 하시라는 말도 웃으면서 했으니까, 이분은 내가 기분이 나쁠수 있다는걸 모를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모를수가 있냐;싶을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 인간이 매순간 자기 행동을 한발짝 물러나 바라보며 이성적이고 정석적인 판단을 할수있는 존재도 아닌것 같다. '기분이 나쁘지만 일단은 참겠다'정도라도 티를 냈으면 아셨을까. 그런데 그건 내쪽에서 내키지가 않는 방법이다. 외모따위 얘기에, 기분 안 좋은걸 억지로 참는데 티는 나는구만...하고 생각하게 하느니 그냥 그말을 태연하게 듣고말지 하는 마음이 아주 없었다고 말할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자 문득 짚히는 것이 있었다. 이제까지 내 인생에 거쳐갔던, 그때는 별 반응 없이 내 말을 듣고 있었던 몇몇 사람들이 생각났다.; 진짜 아무렇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 했던게 아니라 혹시 마음속엔 지금 나같은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었나...;; 근데 나는 반응이 없으니까 괜찮나보다 했지. 그래서 가끔은 몇번이고 같은 얘기를 더 하기도 했지. OTL 인간사에 어째 남말할 부분이라곤 요만큼도 없냐, 기운 빠지게... 그렇게 목요일은 찜찜함의 피크였고, 그냥 나는 당분간 체념 모드로나 있자 했는데, 다음날인 금요일엔 아침부터 왠지 괜찮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근거도 없었지만. 침대의 제대로 된 쪽으로 내려온 날이었나. 그리고 이날 다시 그분하고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웬일인지 오랜만에 처음으로 고정 레파토리를 안 하셨다.; 어제 미묘하게 뭔가 느낀바가 있으셨나..; 아무튼 잘됐다, 기쁘다. ㅜㅜ 그것말고도 그냥 하루종일 기분이 괜찮았다. 한동안 mp hp 노란색 경고모드였는데 어느순간 파란색으로 바뀐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일주일도 넘게 바닥을 치던 의욕도 슬슬 좀 자발적으로 되살아오는것 같았고. 바나나의 허니문 중 '계절이 바뀐다'는 표현을 종종 떠올리고, 갖다 쓰곤 한다. 오늘의 더위가, 추위가, 겪을때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지만....모든것이 어느순간 거짓말처럼 바뀌어갈 거라는 건, 지쳤을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멋진 약속 같다. 그렇게 되는 것이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오늘 아침에. 사실 몇년쯤 전인가부터 갖고 있던 개인적인 원한..이랄까, 이단어는 진짜 쓰기 싫긴한데 상처-_-..가 두어가지 있다. 그때 그 말을 했던 사람은 아마 내가 얼마나 마음이 상했는지 모를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자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로서는 굉장히 깊은 부분의 자존심을 다쳤던 문제라 내 입으로 다시 그 화제를 언급할 기분도, 사과받을 생각마저도 들지 않았다. 사과받고 끝날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 말하자면 말실수로 그사람의 속내를 들어버린건데, 사과받는다고 있는 속마음이 없어지는것도 아니고. 그후로는 다시는 그사람이 예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냥 그것뿐이면 좋겠는데, 보통때면 몰라도 안좋은 일이 있고 마음이 약해지는 날은 어김없이 그때 들은 그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럴때면 화를 내다 자기비하를 하다..하여간 오만가지 자신을 갉아먹는짓은 다 하게 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가라앉긴 하지만 그런 때에도 그 말은 닳아 없어지지 않는 불편한 이물질처럼 바닥 어딘가에서 굴러다녔다. 최근에도 상태가 아슬아슬했기때문에 또 그 말이 의식 위로 떠올라 있었다. (사실 이쯤되면 상처가 아니고 원한 맞다...-_-;) 깊이 생각한건 아니고 그냥 떠올라만 있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서' 기분이 나아지면서 그건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아갔다고 생각했다. 늦잠을 자고, 10시쯤 택배가 와서 깨서 비몽사몽 문을 열어주고 다시 자리에 눕는데, 그렇게 다시 잠으로 빠져들다가.... 퍼뜩, 진짜 퍼뜩 그 말이 생각이 났는데, 순간적으로 그 사람 입장에서 그 말이 해석되는 것이었다. 물론 '헉 알고보니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어' 이런 건 아니고, 여전히 정말 경솔한 대사였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왠지- 이제 그렇게까지 알아서 상처받고 깊게 깊게 원한을 갖고 있지는 않아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마치 누군가가 '이제 괜찮아'하고 말해주는 것처럼 확실하게 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포기하고 있던 문제가 한순간에 풀린 것처럼,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하게 다가온듯이 느껴졌고, 곧 정말로 크고 따뜻한 안도감이 들었다. 정말 다행이지. 이제 괜찮을거야. 웰컴투 새로운 계절.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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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ai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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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록된 덧글
두,....두개골은 정말..
by 민트쵸코 at 11/26 ㅋㅋㅋ 감사합니다~~.. by khai at 11/25 요즘 계속 띄엄띄엄 그리.. by khai at 11/25 처음 생각할때의 구도는.. by khai at 11/25 전체적으로 앵글도 문제.. by khai at 11/25 이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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