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일요일
목소리 크고 자기주장 강한 친척분 한분이, 절대 부탁드린일 없는데도 무리해서 주선하신..소개팅 자리에 나갔다왔다.
이 친척분은 4월쯤에 결혼문제로 나를 몇시간을 들들들 볶아서 쭈욱 탈수까지 잘 마무리해주신분인데
어느샌가 이분의 사고회로속에서 나는 "원래는 결혼생각이 없었지만 내 말을 듣고 마음을 바꾼 조카"가 되어있었고,
또 이분의 말로는 "키크고 잘생긴 의사인데 원래는 젊은 애들만 좋아해서 만났지만 내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꿔 이번에 너를 만나보기로 한-_-" 그런 분이 이번 소개팅에 내 상대로 나오시게 되었단다.

그 키크고 잘생겼다는 의사분으로부터 주초에 연락이 와서 시간만 정하고,
장소는 약속전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매우 강조하더니 전날(이게 어제) 연락이 없었고
오늘 약속의 너댓시간전에 문자가, 어제 연락못해서 미안하다 어떻다 말도없이 '근데 좀 일찍볼까요 안되심 말구...'식.
이걸 씹을까 약간 고민하다가 나중에 친척분께 밟힐걸 생각해서 그냥 연락해서 만났다.
친척들은 대개 내가 아직 만화를 그리는줄 알고 나도 별로 정정하기 싫어서 그냥 그 컨셉으로 만났는데
오늘 만난 이분은, 듣기로는 만화그리신다며요, 하고 몇마디 물어보시더니
"되게 황폐할것 같아요"(->혼자 집에 틀어박혀 작업하고 있으면 정신적으로 황폐한 사람이 될거같다는 말이었다)
..........=ㅁ=
여기서 끝난게 아니고, 만났을때부터 헤어질때까지 한시간정도 이야기를 했는데
그 한시간동안 나에 대해서 이 "황폐할것같다"는 말을 여덟번은 쓴거같아....  저기, 님?;;;
그외에도 대사 건네는 방식이 "운동 안좋아하시죠"뭐 이런식....미묘하게 부정적단정형이랄까;; 것참...
기타등등 화제선정도, 일일이 말할것도 없지만 별로 여기서 더 나을 것이 없었음.

이분도 안된게, 어떻게 건너건너 알게 된 인연으로 우리 친척님에게 쪼여서 이런자리까지 나오게 된것같으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냥 등떠밀려 나온 두 남녀가 만나서 공중에 서로의 한시간을 헌납하고 헤어진거 뿐이지.

아무튼 나는 에너지가 꽤 넉넉해지고 있는 차였기때문에 다행히 별 무리 없이 이 만남을 끝마치긴 했는데

집에와서 오늘 얘기를 하다가 괜히또, 다른자리도 구할수 있는데 등등 결혼이야기가 나와서.......orz
여자가 혼자 돈 벌어 살아가는건 굉장히 고된 일이다, 결혼해서 네 취미활동(만화그리는거) 편하게 하면서 사는게 더 좋은 길일수 있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를 또 들었다.
아직도 부모님께 얹혀사는 입장이라 "내 혼자 힘으로도"운운 할말도 없긴하지만 그래도 그건 좀..계속 위화감이 든다.
내가 누구를 만난다고 쳐도-_- 그사람은 미쳤다고 지금 뭐 하나 제대로 돼있지도 않은 나를
내 취미활동 하면서 곱게 살라고 모셔가서 밥대주고 생활비 대주면서 키워주겠어.(부모라면 버리지 못해 키우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은 돈을 벌어요 나는 집안을 관리하지요 스타일도 안 되는데, 누가 이런 불공정거래를...
(내가 불공정거래 이야기를 하니까 부모님은, 네가 어때서! 하고 반박하시는데 orz 아니...그건.....)
그리고 그걸 다 떠나서.....여자가 성공해봐야 성공한 남편을 둔것만 못하니까, 일단 결혼해라....그런것도 진짜 싫고.
(랄까 나는 별로 나든 남편이든 성공해서 사회적 지위를 얻고싶어서 그 수단과 경로을 모색중인것도 아니고)
근데 결혼이 꼭 거래100%인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물론 사랑이 있으면 좀 불공정하더라도 결혼을 할수도 있긴한데
<당장은 사랑도 없고 아쉬운 마음도 없다고는 하지만 일단 결혼은 하는게 너에게 좋은 길이고, 결혼하기위해서 사람을 만나다보면 그중에서 사랑할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런사람을 찾을때까지 열심히 만나봐라>
이건좀...나한테는 인과가 이상하게 보이는데 나를 걱정하는 어른분들께는 이상하게 안 보이는 게 문제 ㅠㅠ
하도 두서없이 써놔서 무슨소린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지금 내 머릿속이 이렇고
여러가지, 결혼과 사회적 압력과 인정과 책임과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와...그런것에 관해 생각하다가
결론은 역시: 결혼 생각 없어요, 소개해주실 필요 없는데요...그렇게 속내를 드러낼 게 아니라
결혼 하면 좋죠, 네 소개 해주세요, 이러고 나가서 그냥 밥얻어먹고 차사주고 돌아오고 무한반복
그러면 잔소리&충고 듣는 일이 차라리 적어지고 인생은 좀더 평화로워지겠지...
이런 몇년전에 깨달았던 진리를 새삼 다시 깨닫는 것이다.;;(그동안 엄마가 내편이라고 너무 방심해서 잊고있었어..;;)
(참 혹시 상대방이 기대를 갖고 나오시는 분이면 죄송한데, 사실, 이제까지 몇번 이런 식으로 만나뵌 분들 중에
자발적인 의지로 기대를 갖고 나오신 분은 한분도 없었....;;;;
그렇다, 어차피 이쪽이나 저쪽이나 사정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orz)
결혼 안 해도 되도록 사회가 바뀌어가겠지 하고는 생각하는데...충분히 빠른 시간 내로 바뀔까? 그럼 좋겠다.

아 그나저나 띵가띵가 하는새 주말이 다 갔다;;;
휴가비슷한거 얻으면, 예전에 완성은 했는데 이제 별로 쓸 일은 없을거 같은 원고라도 올려보겠어요.(예고?)
제목은 <마왕과 누나와 누나 여자친구와 나> ....;;(사실 올리려고 식자작업 몇페이지는 했는데...진전이 영..;;)

자, 또 좋은 한주들 되자고요~~~
by khai | 2007/10/28 23:09 | 일상잡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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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코포니 at 2007/10/29 03:21
황폐하다니 저런건 말실수라도 좀 너무했네요...

저도 내년부터는 선보라고 압력이 들어올꺼 같은데...너무 대화에 둔감한 편이라...
기본적인 대화 센스를 키워놓지 않으면 망신당할지 모르니까. 공부해 두어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민현 at 2007/10/29 06:15
일단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는 애들은 만나면 안돼요.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없는 애들은 소개팅이건 선이건을 떠나 같이 있는 시간 자체가 고역이잖아요. 게다가 그런애들은 맛있는 밥집을 알고 있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서, 엄청 맛도 없는걸 먹으면서 그 시간을 보내야해요. 제가 성질이 나빠서 그런지(물론 뒤에서는 욕 좀 먹었겠지만) 주선자들은 앞에서는 다들 미안하다고 하던데.^^;;
저도 사실 소개팅이나 선자리나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데, 얼마전에 디멘터급을 만나고 와서 생각수정중이에요. 난 소중하니까. --;
Commented by 검은마녀 at 2007/10/29 10:13
아..그런 인간을 개념 안드로메다에 보냈다고 하는구나... 진짜 편협한 사람이네요..결혼... 으...그 놈의 결혼...꼭 해야 하는건가... 결혼한 사람 보면 진짜 100%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없던데.. 게다가 이혼도 그렇게 많이 하면서 왜 꼭 하라는 건지..에휴...

엉 언니 그 와중에 원고하는것이야? 역시..부지런한 거북님-- 원고 얼렁 올려보세요-- 혹시 그거 예전에 그렸던 그 원고인가? 오오--- 기대 기대
Commented by 민트쵸코 at 2007/10/29 11:18
확실히 우리집이 참 프리하기 하단 생각이 든다;;
일단 친척하고 왕래가 없어서 다행일까-ㅁ-!!! 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ㅠ_ㅠ 아니 악의로 그러시는게 아닌이상
뭐 어떻게 탓하겠어;; 언냐 힘내;;

그..근데 소개팅 가서 1시간 있다 오는거샤;;?
...생각해보면 1시간도 아깝다만.. ( 무의미한 시간보냄을 매우 싫어한다; )
영화를 보는건 어때 ㅎㅎ 그럼 한 3시간은 훌떡 넘어가 줄텐뎅;
Commented by 뭉뭉 at 2007/10/29 12:49
-ㅁ-;; 참으로 난감한 소개팅이었구랴... 결혼해서 잘사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그건 그들 이야기고, 안해서 행복하다면 안하고 살아야지..
Commented by remlin at 2007/10/29 16:34
의사란 족속이 워낙에 꽁 틀어박혀 있어서 오히려 더 황폐할걸요.
자신이 황폐해서 남도 그리 보이는거예요.
그냥 밥 얻어 먹은 걸로 위안을...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요~
저도 결혼의 압박이 점점 죄어 오는데 애써 무시중,
아바마마께서 3년내 결혼 안하면 내치신답니다.
남자보다 집을 구하는게 빠를 듯;;;

새로운 원고 기대하겠습니다. ^^
Commented by khai at 2007/10/29 19:12
카코포니님/ 한시간동안 열번 가까이 반복 강조해서 말하는건 이미 말실수도 아닌것 같아요;;
망신당할지 모르니까 공부해두어야겠다는 말씀은 슬픈데요. 충분히 성의있게 대화했는데도 <뭐야 이사람 얘기도 재미있게 못하네. 망신을 주겠어!>이런 여자분이 나오신다면...벼랑으로 불러내서 차버리세요.

민현님/ 맛있는 밥집.....;; 처음에 시간정할때 점심근처가 될것같길래 "점심은 먹고 만날까요 만나서 먹을까요"하고 확인했더니 당황하면서 "드시고 와서 커피나 한잔하자"고 하던데요. 그리고 만나기 전까지 심지어 약속장소도 고속터미널이란것밖에 안정해져있었어요. 5분전쯤 근처에 도착해있었더니 전화와서 "저 지금 **라는 카페에 있는데 찾아오실수 있겠느냐"고 하던걸요. 제가 진짜, 그 친척분만 아니었으면 이런앤.....
친척 몇몇 말고는 남자없다고 저를 불쌍하게 보는 사람은 주위에 한명도 없는데, 그 친척들이 제일 나서서 저를 불쌍하고 한심하게 취급하면서, 세상에서 불쌍하고 한심하게 취급되지 않으려면 너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해야한다고 볶아요. 자기들만 가만 있으면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살텐데 뭐래는겨..

마녀님/ 아니 이와중에 원고...가 아니고...그렇지 백년전에 했다가 쓸일 없어진 그거지^^;;
이런 폐기된 원고가 두벌쯤 있심;;; 올해안엔 올리겠어요~
그나저나 나는 저 남자애보다 나를 볶는 고모님(이분이 전에말한 그분ㅜㅜ)이 더 미워 ㅜㅜ흑흑

민또/ 친척은 사이가 아주 좋을거 아니면 역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는 편이^^;;
1시간은....진짜 최저기준만 간신히 채운거야;; 맘같아서야 10분만 만날수 있었다면 그게더;;
심지어 걔는 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기도 했지...;;(뭐 덕분에 나도 기회 잡아서 그럼 슬슬 일어날까요^^하긴 했지만;;;) 영화 ㅜㅜ 나쁜기억으로 남을 그 영화는 뭔 죄겠어....

뭉님/ 저도 진짜 이런 거물급은 처음 봤어요 -.-;; 그래도 보통은 "나랑은 안 맞긴 했지만 객관적으로는 나쁘지 않은/혹은 꽤 괜찮기도 한"그런 사람들을 소개해 주던데;;;
그러게요, 우리집안에도 온갖 난리를 다 치고 친척들까지 다 끌어들여서 싸운 끝에 이혼한 커플이 있구만...다들 그런거 보기가 안지겨운가 몰라요.

remlin님/ 밥도^^;;; 안먹었답니다^^;;; 안얻어먹어서 욕하기도 마음 가벼운게 다행이죠~
크 remlin님 3년 유예시군요. 결혼할생각 아예 없으신게 아니면 어디서 진짜 괜찮고 잘 맞는 사람이 나타났음 좋겠네요. 아님, 진짜 괜찮고 비용도 만만한 집이 나타나길...(^^;;)
Commented by 민현 at 2007/10/29 23:06
이해해요. 이해해요. 이해해요.
하지만 친척이면 땡큐죠. 전 그게 엄마아빠라서.... 가출을 해야 하는데....
Commented by 지그 at 2007/10/30 05:34
이 케이스는 일딴은
생활 속에서 만나야 혀~~~~
라고 본다
ㅠ.ㅠ

안만나지면 말구... +ㅅ+ 그런거지... +ㅛ+

여튼 욕봤다!
그 남자는 '만화 그리는 사람이라 어쩐지 황폐해서 못사귀겠써요' 라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나부다...;
Commented by jandy at 2007/10/30 15:31
에구 애꿎은 카페만 안좋은 기억으로 남으시겠네요 밥까지 드셨다면 앞으로 갈 밥질하나가 줄었을지도 모르겠어요;;(그런데 그집이 맛있는 집이었면...;;)
어쨌건 무사히(?;) 별일없이 미션을 수행해서 다행다행~~^^;
Commented by khai at 2007/10/30 21:38
민현님/ ㅜㅜ;; 크...
저쪽에서 이쪽을 이해해주는게 빠를까요, 이쪽에서 저쪽기대를 충족시키는게 빠를까요.
양쪽다 서로를 안 속상하게 만드는 길이 어디쯤엔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_-;;;;

지그님/ 크흐흐 그러게요 전 <생활속에서 만나겠어요!>하는 주장을 가끔 펼치는데
네 생활에 남자를 만날일이 뭐가 있냐고 가볍게 묵살...그러게요 안만나지면 마는거지? 쩝;
시나리오 이야기 정말 그런것 같아요;;;;;;;;;;;; 신빙성 마구 있음;;;;;;;;;
근데 저러고 썩은얼굴로 헤어지고 나서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이런문자 보내는거 보통신경이 아닌거 같아요? 이거 뒷처리/입막음용? -_-;; 진짜 거물이었다...

그나저나 지그님! 정말 일찍 일어나셨군요! 전 첨엔 오늘 오프내시고 어제부터 밤새신건가 했...

잔디님/ 예전에 가봤던 카페인데요,(고속터미널엔 카페가 별로 없어요) 원래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곳이었어서 다행입니...^^;; 그러게요 그래도 별일없이 끝내서 다행이지요!
Commented by 희정 at 2007/10/31 14:04
우하하하.. 저희집은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저를 너무나 아까워해서 선자리에 안내보내십니다. 후후후.. 30넘어서나 시집가라고 하시네요. 아하하..;
다행인거 같아요. 주변사람들이야 둘째로.. 부모님이 영 생각이 없으시니 이런 부분에서 편하다 싶지만 저는 의외로 저런 만남을 재밌게 생각해서 해보고 싶었는데 말에요.
Commented by khai at 2007/11/02 19:38
희정님/ 와, 부모님이 편하게 생각해주셔서 좋네요. 그런데 압박을 안 받으시니깐 저런 만남이 재미있어보이기도 하시는것 같습니다..;(ㅠㅠ) 물론 세상에는 스스로 원해서 나가서 정말 재미있게 만나고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저는 좀...서로 상품 고르는 자리에 나가는것 같아서, 기본적으로 마음이 내키지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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